공영방송 KBS는 어떤 언론사보다 엄격한 직업윤리와 높은 전문성을 요구받습니다. 왜냐하면, 국민 여러분께서 부담하시는 소중한 수신료와 공공의 자원인 전파를 이용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BS는 이러한 공적 위상에 걸맞은 책무를 다하기 위해 1998년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제작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가치와 규범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디어 환경은 디지털다매체 지형으로 급격하게 변하였고, 그에 따라 제작 환경 관련 규제체계도 빠른 속도로 변해왔습니다.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춰 2007년의 1차 개정에 이어 2010년 2차, 2016년 3차 개정 이후 4년 만에 다시 4차 개정을 단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4차 개정이 갖는 남다른 의미는 지난 2016년 이후 모바일 미디어 이용의 급증 현상을 반영하였을 뿐 아니라 올해 초 ‘COVID 19’의 세계적 확산과 더불어 소위 ‘언택트(Untact:비대면)’ 환경에서 공영 미디어에 부여된 새로운 책무들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2020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은 첫째, 미디어 생태계가 고도화·상업화하면서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KBS의 공적 가치를 방송법과 KBS의 설립 목적에 근거하여 ‘KBS 방송규범’으로 명시함으로써 제작자들이 자신의 책무를 보다 분명하게 인지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제시하였습니다. KBS 방송규범을 ‘편성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 ‘공정성’, ‘인권의 존중’, ‘사회통합과 민주적 여론형성’,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평화공존·통일지향’, ‘글로벌화와 국제협력의 증진’ 등 6가지로 세분하여 KBS 제작자가 부당한 외부의 압력에 영향받지 않도록 편성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공정성 개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제작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사회통합과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한 KBS 공론장의 작동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으며, 평화공존과 통일지향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도 추가하였습니다.
둘째, 강화된 성인지 감수성과 시청자의 높아진 인권 의식을 반영하여 필요한 조항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출연자의 권익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다 강화하였고, 소수자 차별 방지의 대상을 이주민과 외국인, 성소수자, 다양한 가족형태로까지 확대하였습니다. 형사 피의자 초상 공개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추가하여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셋째,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사회의 재난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 질병을 ‘재난’에 추가하였습니다. 감염병의 취재·보도시 제작자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준칙을 제시함으로써 유사한 감염병 현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저작권 이슈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저작권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하여 제작자가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보완하였습니다. 또한, 개정 저작권법을 반영하고 판례 및 관련 사례를 추가하였습니다.
다섯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들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작, 유통할 경우 제작자가 주의해야 할 내용을 별도의 장으로 마련하여 핵심적인 사항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상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추가하고, ‘방송심의와 평가’에는 변경된 KBS 내부의 심의절차와 방법을 실었으며, 부록을 대폭 정비하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여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준거가 되는 상위 규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시청자의 높아진 차별금지 인식과 강화된 성인지 감수성 추세를 반영하여 <방송언어가이드라인>과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안내서>를 부록에 첨부하였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PD, 기자, 변호사, 연구원 등 제작자, 법무실무자, 연구자가 참여하여 편집위원회를 꾸림으로써 제작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약 6개월 동안의 개정 작업을 마치고, 『2016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의 편집위원을 맡았던 학자의 자문도 거쳤으며, 마지막으로 관련 부서의 의견까지 수렴하여 완성하였습니다. 편집위원회에 참여한 직원들, 공영미디어연구소 관계자, 그리고 자문교수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KBS 제작자는 개정된 『2020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내재화하고 이를 제작의 기준으로 삼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제작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어 KBS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과 신뢰 제고의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0년 9월 3일 제57회 방송의 날
KBS 사장 양승동